신라젠
news.joins.com/article/23949037
신라젠의 이 임원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기사가 2019년에 나오자 마자 내가 동료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 회사는 무조건 망한다"
결국에 이 임원은 무죄를 받았지만, 분명히 연관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이오벤처에서 임원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다? -> 그 회사는 믿기가 어렵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오벤처 임원이 이렇게 주식을 대량매도하는데 무슨 신뢰성이 있나?
세계최초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인 암젠의 임리직도 성공했으니 신라젠도 성공할 것이다? 나는 이런 소리가 너무 황당한 것이 신라젠과 암젠의 기술력은 아마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차이가 아주 심할 것인데, 그냥 modaility가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로 주식시장에서 기사를 퍼나르고, 그걸 또 아무 의심없이 믿고 전재산을 신라젠에 투자하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뉴스 기사도 신라젠 뿐만이 아니고 너무 퀄리티가 낮은 기사들이 많다.
www.hankyung.com/it/article/202010068921i
신라젠(12,100 0.00%)은 중국 협력사 리스팜이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 의약품평가센터(CDE)로부터 흑색종 대상 펙사벡 병용 임상1b·2상을 승인받았다고 6일 밝혔다.
펙사벡 병용 임상1b·2상을 승인받았다-> 이거 아주 심각한 행위 아닌가? 임상계획을 승인 받았다고 적어야지 임상을 승인 받았다고 하면 이거는 임상을 1, 2년 진행하고 실제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뜻이 된다.
신라젠 뿐만이 아니고 겨우 임상계획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바이오벤처 주식시장은 출렁거린다. 아무 죄의식 없이 그걸 또 퍼나르고, 회사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고, 또 거기에 잭팟이라는 이름하에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이 아주 많은 것 같다.
그러다가 임상 3상 실패하면 아주 난리가 나는거다. 그러면 또 회사 입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못이겨서 해당 프로젝트를 폐기한다는 소리는 못하니 또 억지춘향을 갖다 붙여서 2번째 임상3상을 시작한다고 열심히 설명한다. ㅋㅋㅋ 나는 어떤 글로벌 파마가 이렇게 쉽게 2번째 임상3상을 시작한다고 공언하는 회사를 본적은 없다.
그리고 뭐 첫 환자에게 투여를 했다 뭐했다 이런 기사도 난 글로벌 파마에서는 본 적이 없다. 첫 환자 투여가 뭐 어쨋다고? 투여하면 임상 성공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황당한 소리도 먹히는게 한국 바이오벤처 주식시장이다.
임상 3상 1차 임상지표는 만족 못했는데, 대신 2차 지표는 만족했으니 절반의 성공이고, 사실 2차 지표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ㄱ소리가 먹히냐. 아니 그럼 처음부터 그 더 중요하다는 2차 지표를 1차 지표로 선정하고 임상을 진행하지 왜 이제와서 2차 지표가 더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임상 성공이라고 빡빡 우겨봤자 FDA에서는 씨알도 안먹힐 가능성이 아주 높다.
www.sedaily.com/NewsVIew/1YXQVB9916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CCSS와 TCSS가 임상적·상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지표”라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YXQVB9916
메지온 역시 지난해 심장 희귀질환 치료제 유데나필 임상3상 발표에서 주 평가지표인 ‘최대산소소비량’ 달성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조 평가지표인 유산소운동에서 무산소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에서의 산소소비량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결과적으로 임상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보조 평가지표인 유산소운동에서 무산소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의 산소소비량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은 덤이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YXQVB9916
어떤 글로벌 파마, 바이오테크 벤처도 FDA, EMA의 허가가 나오기 전에 자체적으로 성공을 논하는 회사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한국 바이오벤처는 왜 이러나? 뭐 똑같이 어디서 교육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다른 경력, 다른 회사, 다른 파이프라인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결같이 허가가 나오기 전에 신약개발에 성공했다고 스스로 논하는 아주 이상한 짓을 자주 벌인다.
신라젠, 한올 바이오파마, 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 메지온 등 임상 3상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과대 포장을 하고 허가가 거절이 되더라도 억지춘향을 부리며 실패가 아니라고 우기고, 개인 주주들의 항의에 임상 3상을 다시한다고 하는 등. 하는 짓이 너무 비슷하다.
1. 신뢰도 낮은 바이오벤처의 언행
2. 그대로 퍼나르기만 하는 기사
3. 주가가 폭락하겠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에 단타로 이익을 벌겠다고 진입하는 투자자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니 최종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책임을 지게 되겠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신뢰성 없는 정보 제공으로 그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줬다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블로그에서 여러번 밝혔지만 면역학 박사학위, 대기업 제약회사 근무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벤처에는 투자하고 있지 않다. 수익률이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바이오벤처 투자는 어렵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박사학위, 뛰어난 경력이 있더라도 파이프라인의 평가와 성공 가능성을 실제적인 데이터가 없이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혹시 바이오벤처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게 끝났다고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간 관계를 손절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절대 알 수 없다. 내부 데이터를 보지 않는 이상...
그래도 투자를 하고 싶다면 아래의 몇가지 사항을 주의깊게 살펴보자.
1. 대표의 경력
나는 바이오벤처를 보면 제일 처음에 대표의 경력을 확인한다. 어떤 전공을 가지고, 어떤 제약회사를 다녔었고, 어떤 직무를 했었고, 링크드인이 있다면 찾아가본다.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보다는 어떤 회사를 다녔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현지 글로벌 파마에 재직했으면 조금은 더 신뢰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글로벌 파마의 한국 지사 경력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글로벌 파마의 한국지사에는 연구직무는 없고, 마케팅, 임상, 영업 관련 조직만 있기 때문에 글로벌 파마 한국지사의 임상 경력만을 가지고 바이오벤처의 대표가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그런 케이스는 아직 잘 못봤다.
또 어떤 글로벌 파마들은 한국에 연구직무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연구소가 한국에 없는데 연구 직무를 수행한다고 무슨 큰 임팩트가 있는 경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포장에 포장을 거듭하여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는 하지만 대표의 경력은 아주 중요하고, 제약산업에서 요구하는 데이터의 질과 업계 표준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약 개발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 자명하니, 반드시 여러 경로로 구체적인 경력을 확인해보자.
미국의 유명 벤처, 바이오테크들의 대표들의 경력과 비교를 해봐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보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구성원들의 경력
구성원들의 경력도 임팩트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chief position은 남발하고 있는것이 아닌지도 살펴본다. 아니 뭐 바이오벤처에 근무 직원도 몇명 안되면서 chief scientific officer, CXX 라는 이름의 포지션이 너무 많으면 역시 이상하다. 바이오벤처는 원맨쇼를 해봤자 안되는 곳이다. 구성원들의 경력도 확인해보자.
3. 신약개발 성공이라는 표현
회사 스스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거나 성공했다고 표현한다면 바로 손절하자. 반드시 FDA의 official letter를 받기 전에는 성공, 실패라는 표현은 할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벤처 스스로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으니 조심하자.
4. 임원이 주식을 매도하는 회사
반드시 그 순간에 손절하자. 그 어떤 이유로도 작은 회사의 임원이 주식을 매도한다는 것은 아주 안 좋은 시그널이다. 정말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매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렇다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지 매도는 안한다. 따라서 임원이 주식을 매도했다면 결과는 과연....
5. 제약회사 근무경력 없이 교수들이 대표인 회사
교수는 아카데미아 커리어로서의 정점에 있지만, 상용화가 목적인 바이오벤처를 세운다고 무슨 대단한 업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특히 학벌, 상위 대학에 재학중인 교수가 바이오벤처를 세웠다면 무슨 신뢰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좋은 평가를 쉽게 받는 것 같은데, 교수라고 제약산업의 표준을 알리가 없다. 일한적도 없는데 제약회사에서 바이오신약을 어떻게 개발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냥 학문의 지식, 원리는 당연히 기초연구 수준에서도 진행하기 때문에 교수라면 공헌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cell line development, process development, analatical development, clinical development에 실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면 업계 표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를 것이다.
내가 너무 엄격하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 바이오벤처 중에서 미래가 좀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1, 2개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외에는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한국 바이오벤처는 없다.
한국 바이오벤처의 신뢰성이 올라가야 기술수출의 예도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업계의 종사하는 인력의 수준도 함께 수준이 상향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 전체가 더 좋은 사이클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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