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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후에,
난 다니고 있던 회사에 퇴사통보를 했다. 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를 원했다.
혹시라도 비자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다.
내 경력, 나이, 오퍼를 준 회사의 이름, 연봉 등을 고려하면 고도 인재 비자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직이라는 것은 일이 잘못되면 크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일본 현지 법에 의하면 오퍼 레터에 사인을 하는 순간. 오퍼를 준 회사는 내정을 취소할 수 없다. 오퍼를 수락한 후보자 또한 취소를 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으니 오퍼를 받으면 신중하게 생각하자.
일본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여권에 받은 며칠 후. 나는 나의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팀 내부의 프로젝트 담당자를 정하는 시기였으므로 퇴사 통보를 하기에도 적당한 시기였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요청한 면담에 들어온 상사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 "다음 프로젝트 담당자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어떻게 되나요?"
상사: "아마 OO 프로젝트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 "그렇군요." (난 여기서 매우 실망했다. 이 놈 변하지를 않았네....)
나: "오늘 제가 면담을 요청한 이유는 퇴사 통보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상사:".............."(얼굴 빨개짐)
퇴사 통보를 하기 전까지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받지 못했다.
회사에 매우 실망한 이유는 아주 많지만 간단히 적어보면.
"너는 박사 받고 회사에 왔으니까 관리 능력이 없을 거야. 매니지먼트 능력이 부족할 거야. 그러니 처음에는 밑에서 배워야 한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사 후 처음에는 맞았겠다.
하지만 몇 년이 흘러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난 예스맨이 아니다. 아주 강한 신념 (science)으로 소신껏 움직인다.
내 위에 있는 인간들은 날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게 그들의 한계이고, 난 그들 말을 들을 마음이 없었다.
능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지면 항상 모든 데이터를 요구하는 인간. 아주 피곤하고 무능력하다.
모든 데이터가 있어야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굳이 니가 아니라도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다. 데이터가 부족해도 통찰력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는 미래에 그런 상사가 되고 싶다.
어디서 근본도 없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스티브 잡스 짝퉁이 아니고.
이런 나를 그들은 눈에 가시처럼 여겼다. ㅋㅋㅋㅋ 그래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주지는 않았다 나에게.
의미있는 프로젝트는 나보다 연차도 낮은 사람, 직급도 낮은말을 잘 듣는 인간들에게 갔다.
뭐 그들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게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이고 나는 예스맨이 되기는 싫었고.
문제는 업무 배정을 할 때 기준이 자기 말을 잘 듣는 인간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삼는 무능력한 중간관리자들이 문제다. 그들은 그것을 무기로 사람들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게 왜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상사 말을 왜 안 듣는 거냐고.
나는 업무 추진을 할 때 업무 배경과 타당성, 논리를 살펴본다.
"이 업무는 왜 하는 것인가요?" " 이 업무의 배경은 어떤 것인가요?"
그들은 나에게 지시할 때 근거가 부족했다. 과학적 근거, 논리. 왜 이렇게 추진해야 하는지.
따라서 그 지시들을 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온 마음으로는 따르지 않았다. (따르는 척했다.)
나도 처음에는 아는 게 없으니,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나는 매니지먼트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런건 아니었다. 그냥 내게 일을 주기 싫었던 것 (난 예스맨이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퇴사 통보를 하고 얼마 뒤에 회사를 나왔다.
그동안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 나를 보기 싫어서 마지막 출근 날에 인사하기 싫어서인지,
우연을 가장한 의도겠지만 마지막 인사도 안하고 휴가를 간 상사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퇴사는 알고 있었을 텐데 휴가가는 것을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니 나는 모른다. ㅋㅋ
내가 퇴사 통보를 한 이후로 나하고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중간관리자도 있었다.
원래 나를 싫어하니 나에게 말도 안 시키지만, 상상 이상으로 마음의 그릇이 작은 거다.
대기업 차장, 부장이라는 인간들이 그 정도 마음으로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혹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오래 다니고 싶다면 말을 잘 듣고 승진을 하자.
나는 그럴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더 좋은 회사로 옮기면서 역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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